존 스칼지 The Big Ideas 포스트

2024년 10월 8일 존 스칼지 블로그의 The Big Ideas에 오른 에세이입니다. 여기 한국어 번역을 올립니다. 원문을 영어로 썼다보니 좀 거친 점 양해 부탁드려요.

This is The Big Ideas essay posted on John Scalzi’s blog. Following is the Korean translation. I wrote it in English originally, so please understand if the translation seems a bit rough.

원문: https://whatever.scalzi.com/2024/10/08/the-big-idea-sung-il-kim/

높은 데서 떨어져 다치는 것은 중력 때문이지만, 우리가 추락을 멈출 방법은 없다.

세계 체제 또한 그렇다. 체제 아래 사는 우리들은 그것을 지구의 인력만큼이나 불가피한 것으로 느끼기 마련이다. 이 체제가 자연 법칙이 아님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역사에 다른 체제들이 있었고 미래에도 있을 것 또한 다들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의 세계 체제의 부재를 상상하기 어려워한다. 그게 다른 것으로 대체되는 것이 좋은 일일지 나쁜 일일지조차 확신하지 못한다. 그러나 세계 체제가 당분간, 거의 그 정의상 “세상의 이치”라는 점을, 우리는 의심하지 않는다.

여기서 난제가 생겨난다. 세계 체제에 짓눌리고 착취당하는 사람은 그것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이에 저항할 것인가? 중력처럼 느껴지는 것애 어떻게 저항할 수 있을까? 이 질문들이 Blood of the Old Kings의 시작점이었다.

나는 20세기 초 일본의 한국 병탄으로부터 한두 세대 뒤의 사람이기 떄문에, 당대를 직접 겪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 끔찍한 36년은 내 삶에도 잔류한다. 내가 그 시절을 살았으면 무엇을 했을까? 그 상황에서 각자 선택을 한 그 사람들을 나는 어떻게 생각하면 좋을까? 제국주의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질문을 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제국주의가 지금도 계속되는 고질인만큼, 이에 익숙한 사람은 많을 것이다.)

세계를 분석하고 그런 질문에 성실한 답을 내놓는 것은 학자의 일이다. 대중소설 작가로서 나의 첫 번째 임무는 재미있는 글을 쓰는 것, 그리고 어쩌면 독자를 자극해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마음 놓고 과격한 전제들을 둘 수 있었고, 다른 데서라면 허용되지 않을 만큼의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세계 체제에 관해 이야기하려면 일단 하나를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제국이다.

제국은 이름이 없다. 공식 명칭이 있을 수도 있지만, Blood of the Old Kings에서 세계 유일의 존재인 제국에게는 이름이 필요 없다. 모든 책임을 홀로 지고 절벽에서 던져질 사악한 황제가 존재하지 않도록, 독재자 한 명을 설정하지도 않았다. 제국은 여러 이익들을 대변하고, 그 이익들은 수많은 대리인이 대표한다. 그러나 그런 대리인 한 명이 말하듯, 제국에서 사람만큼 대체하기 쉬운 것은 없다. 이 모든 것과 다른 설정들이 제국으 무소부재하고 필연적이며 영속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실제로는 그 중 어느 것도 아니지만.

또한 제국은 여러 각도에서 조명되어야 했다. 제국을 긍정적으로 그리거나 이에 동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국을 평면적인 악으로 그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제국은 압도적인 세력이지만 그래도 피와 살로 된 인간들로 구성되어 있다. Blood of the Old Kings에서 시점을 세 개 사용한 한 가지 이유가 그것이다. 만일, 예컨대 로란에게만 시점이 있었다면 제국은 거대한 균질의 도깨비 하나로 보였을 것이다. 다른 시점이 있었기 때문에 제국은 내부 투쟁과 약점을 가지고, 주의가 심각하게 분산된 나라가 될 수 있었다.

글을 쓸 때는 몰랐지만, 세 권을 마치고 나니 나는 제국이 이 삼부작의 주요 인물 중 하나, 진정한 의미의 적대자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시리즈의 주인공들은 모두 이 적대자에 의해, 그리고 그에 대한 반응에 의해 정의된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사람이 누구나 그럴 것처럼, 이 사람들도 떨어지면서 발버둥친다. 하지만 중력의 피해자들과 달리, 나의 인물들은 그 와중에 날개가 돋아난다. 그것이 가공의 세계가 내게 허용하는 희망이다. 어쩌면 그것을 현실에서 붙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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